Art & Culture Ground

[오늘은 무얼 들었나?] Zilch <Electric Cucumber>

네오 언더그라운드 2021. 1. 26. 15:48

/사진=Zilch <3.2.1.>앨범 자켓

페라리의 레드처럼 그의 머리도 그렇게 또렷한 레드였다.

 

 

/사진 = 위키트리

 

 

 

1997년 12월 31일 도쿄돔에서의 Last Live로 X-JAPAN은 공식적으로 해체를 하게 된다. 

보컬인 토시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더 이상의 밴드 활동은 불가하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다. 

기타리스트인 히데는 바로 다음 날부터 자신의 밴드 Hide with Spread Beaver (이하 HSB)의 활동을 알리며 팬들의 상실감을 채우고자 폭발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사진 = Hide City

 

 

하지만 이듬해인 1998년 5월 2일 그는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당시 그의 죽음을 두고 자살이니  내연녀에 의한 타살이니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았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자가 경추 견인 시도중 발생한 사고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히데, 본명 히데토 마츠모토는 굉장히 특별한 아티스트이다. 그의 기타 리프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독보적인 스타일이었으며 또 어떤 장르에도 속해있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그의 음악은 시대의 트렌드에 구속받지 않았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사운드가 촌스럽다거나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 GEOCITIES.ws

늘 새로운 사운드와 강렬한 퍼포먼스로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불세출의 아티스트이자 뮤지션 히데, 오늘은 그의 프로젝트 밴드인 Zilch의 [3.2.1]의 수록곡 'Electric Cucumber'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Electric Cucumber'는 직역하자면 '전기 오이' ,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여성용 자위기구인 딜도의 한 종류이다. 

심의가 엄격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릴리즈가 될 수 없는 제목과 내용을 가진 곡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주제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Hey baby scratch your number-on my electric cucumber

Crawling on my hands and knees
Like some rubber cockroach in a striptease
I can see inside your mind now
I know just what you want
And how
You know just what I want
So do it... do it do
The voice inside your head
Listen to it
Listen to it... listen

Hey baby scratch your number-on my electric cucumber

Rubber, leather, p.v.c
Wrapped and trapped inside
Your fantasy
Cybersex queen made for action
Pay the price for satisfaction

Hey baby scratch your number-on my electric cucumber
Hey baby scratch your number-on my electric cucumber mmbopbop

Crawling on my hands and knees
Like some rubber cockroach in a striptease
Fetish kitten come to daddy no

Trust me come to daddy
Domination penitration
Shes my little plastic
Play station
Ac/dc s&m discipline
Goodnight amen goodnight amen
Just use your head

Hey baby scratch your number-on my electric cucumber
Hey baby scratch your number-on my electric cucumber yeah

Hey baby scratch your number-on my electric cucumber
Hey baby scratch your number-on my electric cucumber
Crawling on my hands and knees yeah
Ac/dc s&m... s&m
Eat me beat me treat me
Like your favorite backdoor whore
Eat me beat me treat me
Like your favorite backdoor whore
Crawling on my hands and knees
Like some rubber cockroach in a striptease
Come and have a blow
If you think I'm hard enough

Come and have a blow
If you think im hard enough
Come and have a go

 

 

중학교 때 처음 'Electric Cucumber'의 PV를 봤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우주복을 입고 침팬지가 사는 지구에 도착한 히데와 멤버들, 마치 썩어가는 시체처럼 바퀴벌레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채로 비틀거리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그로테스크 그 자체였다. 

이곡을 가사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곡이 의도하는 서브텍스트(Subtext)를 전부 놓치게 된다. 그래서 반드시 PV를 통해 먼저 접하는 것을 권한다. 

히데와 Zich의 멤버들은 마치 악마와 같은 모습으로 분한다. 그리고 말그대로 無에 가까운 순수로 가득한 황량한 지구에 욕망의 박테리아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인간들의 귓가에 속삭인다.

 

/사진 = Electric cucumber PV

 

 

 

 

/사진 = Electric cucumber PV

 

 

"Do it , Do it" 달콤한 욕망의 속삭임이다. 

 

 

 

히데는 곡을 통해 욕망자체를 재치 있게 그려내고 있다. 밝고 선한 것만을 강요하는 대중음악계에 커다란 돌을 던진 것이다.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냉동인간으로 잠을 자던 주인공 실베스타 스탤론이 미래에서 깨어났을 때, 산드라 블록이 운전하는 차에서 미래 세계에는 동요와 같은 타코 레스토랑 CM송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당황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사진 = 나무위키

 

 

강제로 강요된 '바름'의 세계에서 그것을 기준으로 아티스트들을 작은 깡통에 구겨 넣고 신나게 발로 걷어차면서 천진난만하게 미소짓는 대중들의 행태에 쓴웃음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지겨워 죽을 것 같이 타인에 의해 이것저것 강요되는 요즘 같은 때에 20여 년 전의 이 노래는  핵 사이다 같은 곡이다.